차가운 겨울바람에 코끝이 찡해지던 지난 12월 17일 화요일. 아트스테이지 무대가 인천 한누리 학교를 찾았습니다. 2013년 3월에 개교한 학교답게 깔끔하고 세련된 건물에 다양한 나라의 국기가 곳곳에 걸려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는데요. 한누리 학교는 약 15개국의 아이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다문화 특성화 학교입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3층 강당으로 속속 모여드는 학생들. 맛있는 사탕과 팜플렛을 받으며 자리에 착석하는데요. 얼굴 가득 설렘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초, 중, 고 110여 명의 전교생들이 모두 모이고 박형식 교장선생님이 무대 위에 올라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고, 이어서 사회자가 마이크를 이어받아 공연의 시작을 알립니다. 공연 첫 순서로, 비올라와 더블베이스를 든 ‘올라 비올라 블루’팀이 무대 위에 올라서자 강당에 모인 학생들의 눈은 반짝, 귀는 쫑긋해지며 사뭇 표정이 진지해집니다.





첫 곡은 사랑스런 선율이 돋보이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입니다. “나도 이 노래 아는데!” 학생들은 익숙한 멜로디를 함께 따라 흥얼거려 보는데요. 엘가가 그의 아내 앨리스를 위해 만든 ‘사랑의 인사’의 따뜻한 멜로디가 강당 안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합니다. 이어 ‘캐논’이 연주 되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바로크 음악 중 가장 유명한 ‘캐논’은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다양한 버전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곡으로 ‘올라 비올라 블루’만의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연주가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두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환호를 보냈습니다.





세 번째 연주곡 ‘왈츠 NO.2’로 무대 위 연주는 점점 더 깊은 색을 띄기 시작합니다. ‘왈츠 NO.2’는 영화 ‘올드보이’, ‘번지점프를 하다’에 수록되며 우리에게 더 익숙해진 곡인데요. 초반은 애잔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활기를 주는 매력적인 멜로디에 관객들은 발을 까딱까딱, 고개를 끄덕이며 연주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서 ‘라데츠키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힘차게 박수를 치는 관객들. 한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행진하듯 팔을 앞뒤로 힘차게 뻗으며 제자리 걸음을 하는데요. 그 모습에 여기저기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크리스마스 캐롤 메들리’가 울려 퍼집니다. 마음을 위로하듯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이어서 흥겨운 멜로디의 ‘White Christmas’가 연주되며 ‘올라 비올라 블루’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이어서 흰 셔츠에 검은색 수트를 근사하게 차려 입은 ‘크누아 브라스 퀸텟’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번쩍번쩍 빛나는 금관악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짧은 ‘팡파레’로 멋지게 포문을 연 ‘크누아 브라스 퀸텟’은 이어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에델바이스’와 ‘도레미송’이 이어 연주합니다. “신나는 곡엔 박수소리가 몇 배나 커져야 할까요?” “100배요!” 어깨를 들썩이며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입니다.





막간을 이용해 금관악기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가장 저음을 내는 악기 튜바부터 꼬여있는 관을 모두 펼치면 3미터 50센티미터에 이른다는 호른, 슬라이드로 연주하는 트럼본, 누르는 버튼 3개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트럼펫까지. 학생들은 저마다 색다른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를 보며 금관악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듯합니다.





트럼펫 솔로로 시작되는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가 연주되자 다시 공연장은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찹니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해서 밝고 경쾌하게 ‘전조’되는 재미있는 편곡으로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어 한 연인의 아름다운 순애보를 담은 올드팝 ‘옐로우 리본’과 크리스마스 캐롤 ‘징글벨’이 연주되었는데요. 관객석에서 일어나 팔과 어깨를 들썩이는 한 소년의 독특한 댄스가 공연의 재미를 더해 주기도 했습니다.





다음 순서로 곱게 쪽진 머리에 예쁜 한복을 입은 가야금 병창 그룹 ‘미소’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휘파람 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선녀처럼 고운 자태로 가야금을 조율해 보는데요. 신명 나는 연주로 첫 곡 ‘뱃노래’가 시작됩니다. “어기야 디어차, 어기야 디어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구성진 우리가락에 저절로 흥이 납니다.





밀양아리랑에서 영감을 얻은 가야금병창 ‘청춘이요’가 이어졌습니다. ‘청춘을 노래하다’라는 의미의 곡으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인데요. 각자의 개성을 담아 한데 어우러지는 ‘창’의 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창작 성악곡 ‘동그랑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리 바삐 저리 바삐 돌아가네 돌아가, 지지배배 지지배배지~” 현대 사회의 직업을 재미있게 묘사한 곡으로 노래와 무용이 곁들어져 듣는 즐거움과 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정적인 곡 ‘무엇이 나를’이 이어집니다. “때로는 춘향이가 되어 꽃밭을 거닐고, 때로는 흥부가 되어서 제비다리 고치며 행복을 노래하네” 꿈과 열정을 놓지 말고 살아가자는 가사가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유명한 민요를 배워보는 시간. ‘진도 아리랑’과 ‘군밤타령’ 두 곡을 힘차게 불러보는데요. 학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크게 불러 보기도 하고, 낯선 멜로디에도 열심히 흥을 다해 합창하다 보니 어느덧 아트스테이지의 막을 내릴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쉬움에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관객들. 삼삼오오 모여 오늘의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중학교 1학년 ‘민티유아’ 양은 “오늘 처음으로 한국민요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아름답고 신나는 공연이었어요.”라며 엄지 손가락을 올려 보였습니다. 즐거운 댄스로 공연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해주었던 초등학교 3학년 ‘김인화’ 군은 “원래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오늘 공연이 너무 신나서 더 열심히 췄어요. 다음에 또 와 주세요!”라며 다시 한번 ‘막 춤’을 선보여 웃음을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김홍준’ 군은 평소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가야금 연주를 들으니 한국 역사와 악기에 대해 더 궁금해져요.”라는 인상적인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더욱 특별했던 한누리 학교에서의 아트스테이지. 국적과 문화는 다르지만 음악으로 하나가 되었던 아름다운 순간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사람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아트 스테이지는 다음 콘서트에도 더 많은 감동과 만날 것입니다.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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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요란한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11월 25일.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장대비에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오늘의 아트스테이지 무대가 펼쳐질 충남 부여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서울을 벗어나 부여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맑은 햇살이 얼굴을 내밀었는데요. 날씨마저 공연팀의 부여 방문을 반겨주는 듯 했습니다. 오늘 공연이 펼쳐질 장소는 부여 국악의 전당.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답게 한옥 처마를 본 따 만든 건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공연에 함께할 관객은 바로 부여군 장애인 복지관 아이들과 지역 유치원 및 초등학교 특수반 아이들, 그리고 지역 어린이집 아동 약 200명 인데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공연을 통해 한데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예종 공연팀이 서울에서 부여까지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부여 국악의 전당은 오늘의 초대손님인 부여군 아이들로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아이들은 공연을 볼 생각에 들뜬 마음이 들어선지,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또 미리 배포된 리플렛에 적혀 있는 곡명을 보며, 친구와 함께 서로 아는 곡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기도 했죠. 드디어 공연 시작 시간. 사회자 한필수 씨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연 아이들이 첫 번째로 맞이한 팀은 바로 여성 5중창 팀 ‘마음의 소리’ 였습니다.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져 우리에게 익숙한 ‘넬라 판타지아’가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어, 나 이 노래 알아!” 하며 따라 흥얼거리는 아이들도 있었죠. 아이들은 다섯 명의 언니, 누나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화음에 이내 빨려 들어가며 무대에 집중했습니다.




‘넬라 판타지아’가 끝나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대표곡인 ‘도레미 송’과 ‘에델바이스’, 그리고 ‘외로운 양치기의 노래’가 이어졌는데요. 다섯 명의 팀원들이 마치 도레미 송을 상징하는 듯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란색 가디건을 입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했습니다. ‘마음의 소리’팀과 아이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선생님과 7명의 아이들처럼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요.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속 드넓은 알프스 들판에서 펼쳐진 음악교실 같았습니다. 이어진 ‘에델바이스’와 ‘외로운 양치기의 노래’ 역시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노래여서인지 호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동요 시간입니다. 동요, 하면 이 노래가 빠질 수 없죠. 바로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뽀로로 주제곡’과 귀여운 동작이 곁들여진 ‘올챙이 송’ 인데요. 특히 올챙이 송은 여성 5중창의 아카펠라 화음이 더해져 마치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신비로운 소리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동요 시간이 끝나고 다음으로 뮤지컬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마음의 소리’팀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댄싱퀸’과 동명의 뮤지컬 주제곡인 ‘드림걸즈’를 열창했습니다. 오래된 추억 속 음악이 나오자, 이번에는 왠지 아이들보다 선생님들이 더 좋아하는 듯 하네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장미에 비유한 아름다운 세레나데인 ‘장미’와 앵콜곡인 ‘오 해피 데이’를 끝으로 다음 공연팀인 ‘길 따라 전설 따라’ 팀에게 무대를 넘겨주었습니다. ‘길 따라 전설 따라’가 준비한 공연은 경남 밀양의 ‘아랑 전설’을 각색한 아동극 <미제사건파일 : 사라진 아랑> 입니다. 총 네 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연기하며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었는데요. 연극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산과 들에 곡식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이 마을에 부임하는 사또마다 채 7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나간 것이죠. 그러던 중 문무에 출중하고 현명한 윤작로라는 신임 사또가 부임하게 됩니다.




괴이한 일들이 벌어진 이유는 바로 한을 품고 죽은 소녀, ‘아랑’ 때문. 귀신의 모습으로 7일째 밤에 나타나 신임 사또에게 억울한 사연을 토로하는데요, 다른 여섯 명의 사또와는 달리 윤작로 사또는 슬기롭게 ‘아랑’의 한을 풀어주게 됩니다. 기다란 귀신의 탈을 쓰고 주인공 뒤에서 ‘아랑’이가 나타날 땐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 사또에게 도망가라며 귀신의 존재를 알려주기도 했는데요. 그 모습이 참 순수하고 귀엽기도 했습니다.




연극에 푹 빠져 너도 나도 주인공 ‘아랑’이가 되어 보았던 것도 잠시,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모두 흐르고 아트스테이지 무대의 막도 내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이들은 신나게 동요도 따라 불러보고, 연극 속 ‘아랑’이가 사는 마을로 함께 떠나보기도 했는데요. 아직 공연의 여운이 남아 있는지 ‘길 따라 전설 따라’의 등장 음악인 ‘이야기~ 이야기~’를 흥얼거리는 아이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공연진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으며 오늘의 기억을 추억 속 한 페이지로 남겼는데요. 아이들의 얼굴에 지금처럼 항상 밝고 건강한 웃음이 함께 하기를 바라 봅니다.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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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아트스테이지 팀은 아주 특별한 곳에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성북구 상월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앞. 주민들이 늘 무심하게 지나던 공간에 무대와 관객석이 마련되자 ‘달맞이마을 축제’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성북지역자활센터는 서울시와 성북구의 후원을 받아 ‘달맞이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주민들의 자활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맞이 마을 축제’ 역시 이 공동체가 마련한 축제인 만큼 수익금이 전액 지역주민들을 위한 마을기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뜻깊은 행사이기 때문에 축제에 참여한 여러 기관과 단체, 주민들은 무척 흥겨운 모습이었습니다.

현대카드∙캐피탈 아트스테이지 팀도 신명나는 무대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자 이 곳, 달맞이마을 축제를 찾았습니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아트스테이지 팀이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무대 주변은 달맞이 공부방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습니다. 공연팀의 소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도 있고 스태프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무대와 객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 순간, 아이들 몇몇이 불쑥 무대로 뛰어듭니다. 리허설 하는 동안 틀어놓은 음악에 맞추어 ‘직렬 5기통’ 춤을 선보이는 아이들, 거기에 신이 난 한예종 학생들까지 동참해 한동안 댄스타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공연 시작해요! 공연 보러 오세요!”

오후 2시, 공연시작이 가까워오자 관객석 맨 앞자리에서 공연을 기다리던 월곡초 4학년 왕한별 군이 나섰습니다. 자발적으로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며 공연 시작을 알린 한별군의 우렁찬 목소리 때문일까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점차 아트스테이지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윽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재학중인 사회자 한필수 씨가 무대로 오르며 아트스테이지 ‘신나는 콘서트’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습니다. 한필수 씨의 재치 있는 입담에 금세 마음을 연 아이들은 연신 ‘잘생긴 아저씨’를 외쳤고, 뒷짐을 진 채 멀찍이 서 계시던 어르신들도 무대 가까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의 첫 무대를 장식한 팀은 바로 ‘길 따라 전설 따라’. 네 명의 배우가 무대에 나타나자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집니다. ‘길 따라 전설 따라’가 준비한 공연은 경남 밀양 ‘아랑 전설’을 각색한 아동극 <사라진 아랑>. 네 명의 배우들이 여러 가지 배역을 오가는 역동적인 공연입니다. 사또들이 죽어나가는 으스스한 장면, 귀신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긴 탈을 쓰고 무대를 어슬렁거리자 아이들은 바싹 긴장합니다. 이내 반대편에서 얼굴에 점을 붙인 이방이 등장하자 관객석의 긴장은 금세 풀어지고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배우들은 진지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하며 노련하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이렇게 쥐었다 풀었다 자유자재로 극을 휘어잡는 모습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숨죽여 집중했습니다.




신임 사또가 아랑의 억울한 사연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그 순간 모두 사또가 된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아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클라이막스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혔고요. 마이크도 없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의 원천은 바로 이 구슬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내 사또가 지혜롭게 아랑의 한을 풀어주며 극은 행복하게 마무리 되었는데요. 공연에 몰입하여 아랑이 되었다가 사또가 되기도 했던 아이들은 전설 속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자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었습니다. 네 배우의 순수한 열정과 진심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사람은 바로 아이들. 공연을 지켜본 중범(12)이는 신임 사또를 연기한 형이 가장 멋있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전설 속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던 ‘길 따라 전설 따라’ 팀이 손을 흔들며 무대에서 퇴장하는 길,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유난히 컸습니다.




전설 속 아랑이 무대에서 물러가자 다시 빈 무대를 꽉 채우는 열 명의 연주자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올라 비올라’ 팀으로 8명의 비올라 연주자와 첼로, 베이스 연주자들로 구성된 비올라 앙상블 팀입니다. 부쩍 높아진 가을 하늘을 연상케 하는 파란 의상을 맞추어 입었기 때문인지, 올라 비올라 팀이 무대에 오르자 코끝으로 가을 향취가 느껴졌습니다. 연주자들은 얼마간 악기를 조율한 뒤 곧바로 연주에 들어갔는데요. 작곡가 엘가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사랑의 인사’를 시작으로 파헬벨의 ‘캐논’까지 연이어 두 곡이 연주되었습니다. 높은 하늘 아래 열린 공간에서 듣는 클래식의 정취는 남다릅니다. 아름다운 두 곡이 연주되는 동안, 한 아이는 천천히 관객석에 몸을 누이기도 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누워 연주에 빠져든 아이의 눈은 높은 가을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했습니다.




두 곡의 연주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수줍게 인사한 올라 비올라 팀은 곧이어 〈오블리비언〉, 〈리베르탱고〉 등의 열정적인 탱고곡과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No.2〉를 연주했습니다. 연주 중 우연히 근방을 지나던 헬리콥터 소리가 끼어들고, 관객석을 누비는 걸음마 아기의 옹알이 소리가 겹쳐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신나는 콘서트’에서만 느끼는 특별한 즐거움이겠지요. 마지막 곡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곡의 리듬에 맞추어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 공연은 전통연희 팀 ‘오모’의 무대. 오모가 힘찬 장구소리로 무대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금세 눈과 귀를 빼앗겼습니다. 모든 팀원이 여성인 ‘오모’이지만 무대를 사로잡는 박력만큼은 남성 연희패 못지않습니다. 연희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금세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런 전통놀이에 얼마간 얼떨떨하던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까닥이고 어른들은 아예 자리를 털고 일어섰습니다. 신이 나신 할머님 한 분은 자연스러운 춤사위로 공연에 섞여 들기도 하셨는데요. 무대로 들어와 멋진 춤을 뽐내신 분은 상월곡동 서경덕 할머니. 할머니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흥이 젊은이들 못지 않으십니다.




“저요! 저요!” 잔치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시종일관 미소를 짓던 오모 팀이 이번에는 아이들을 불러냅니다. 경남 고성 무형문화재 7호 말뚝이 춤을 배워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너나없이 손을 들고 무대로 나갔습니다. 일렬로 선 채 말뚝이를 유심히 보며 동작을 배워보는데요. 오른쪽 왼쪽으로 어깻짓을 하고 하늘과 땅을 번갈아 두드리는 동작은 쉬워 보이지만 은근히 까다롭습니다. 말뚝이 춤을 가장 잘 춰서 상품으로 퍼즐을 받은 월곡초 4학년 태현이. 가장 재밌었던 공연으로는 역시 ‘오모’의 오광대 놀이를 꼽았습니다.

이렇게 오모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아쉬움 속에 달맞이마을에서 펼쳐진 아트스테이지는 막을 내렸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쉬이 떠나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얼굴에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는 듯 합니다. ‘신나는 콘서트’가 달맞이 마을에 가져온 흥과 설레임이 마을사람들과 달맞이 공부방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라 봅니다.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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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창 장맛비가 내리던 2013년 7월 12일. 서울 날씨와 달리 폭염으로 들끓는 영암을 찾았습니다. 연신 맹렬한 에너지를 쏟아주는 대지의 기운이 장마로 눅눅해진 이방인의 마음까지 한방에 날려주는 듯 했습니다. 전라남도 영암 삼호종합복지회관 3층 대강당. 공연 한 시간 전, 한예종 학생들의 리허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배우들은 아동극을 연습하다가 어린 아이들처럼 왁자지껄 웃기도 하고, 성악가들은 리허설 중인데도 한 음 한 음 최선을 다해 부르는 모습에서 그네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유쾌함, 그리고 순수함이 전해졌습니다.

맑고 힘있는 영암의 아이들이 드디어 하나 둘씩 공연장으로 들어섭니다. 오늘은 영암에 7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공연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 한부모 가정, 결손 가정, 조손 가정 아이들이 방과후활동으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 찬 아이들은 빈 무대를 보고도 뭐가 그리 신나는 지 끊임없이 재잘거립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니 오늘의 <신나는 콘서트>가 더욱 재미있게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오늘의 공연은 혼성5중창 두드림, 남성연희 지음, 아동음악극 동이주락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 저 잘생겼지요?" 진행자 한필수 씨의 입담을 시작으로 무대에 막이 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동네 옆 집 형 같고, 오빠 같은 진행자의 이야기에 낯선 이방인에 대한 경계를 무장해제한 듯 했습니다. 곳곳에서는 준비한 사탕을 나눠주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꿈을 이루다’는 의미의 두드림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말끔한 수트를 차려 입은 남성 4인의 등장에 아이들은 이내 숨을 죽이고 무대를 주시합니다. 그들이 텔레비전 광고 등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푸니쿨리 푸니쿨라' 노래를 부르자, 아이들은 마치 어디선가 공연 애티켓을 배운 것처럼 멜로디에 맞춰 박수를 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즐겼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나, 이 노래 들어봤어!" "이 노래 알아!" 라고 말하는 남자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랙 에델바이스, 도레미송 등이 흘러나오자, 이번에는 여자 아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 수도원의 수련 수녀 마리아가 된 듯 멜로디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이며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서로 눈을 맞추며 합창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몇몇 아이들은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두드림팀은 영화 <미션>의 테마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이탈리아 가사를 붙여 부른 노래 넬라 판타지아', 우리 민족 고유의 흥취가 살아 있는 장단이 특징인 '뱃노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지금 이 순간'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노래들을 불렀습니다. '너희들이 꿈을 이뤄나가는 데 우리가 응원하겠다'는 의미로 '유 레이즈 미 업'을 끝으로 두드림의 공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대강당의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서 사실 성악가들에게는 좀처럼 쉽지 않은 공연이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두드림 팀은 어린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과 무대 매너에 힘입어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두드림팀은 7월에 생일을 맞은 7명의 아이들을 축하해주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당황해 하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 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특별한 선물을 받은 듯 너무 황홀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자신의 생일이 껴 있는 11월, 9월 등에도 다시 이곳을 찾아와 축하해달라며 순진무구한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전통예술원 연희팀 지음의 공연입니다. 장구, 꽹과리, 징 등 신나는 사물놀이가 한판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은 그동안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만 봐왔던 우리 전통 악기의 출연에 두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지음 팀은 우리 전통 악기에 자연의 소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얘들아, 꽹과리에는 무슨 자연의 소리가 담겨 있을까?"
"그래, 맞아요. 천둥번개에요. 그렇다면 장구에는?"
"바람? 아니에요. 비 소리죠! 징소리에는?"
"바람 소리, 딩동댕 정답!"


아이들은 질문에 손을 들며 정답을 맞춰나가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두드림 팀과는 달리 지음 공연 때는 리듬에 맞춰 발을 동동 구르고, 무릎을 손바닥으로 치는 등 아이들의 무대 매너는 남달랐습니다. 그건 어디서 배워 체득한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몸에서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무조건적인 반사 반응 같은 거겠지요. 지음 공연은 제법 머리가 굵어진 중학교 남자아이들에게 더욱 반응이 좋았습니다. 귀청이 찢어질 듯 긴박한 북 소리는 공부에,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털어내 줄 만한 자극이었을 겁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10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격정적이고 활기찬 사물놀이를 넋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그 음악 속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한 아이는 "사물놀이 소리를 들을 때 이상하게 심장이 같이 쿵쾅거렸다"고 말했습니다. 부디 자신 안에 쌓인 스트레스와 혼돈을 건전하게 음악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그리고 그때의 그 자유로움을 경험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수학을 난로 위에 올려 놓으면? 수학 익힘 책, 딩동댕!"
"바나나가 웃으면? 바나나 킥!"


공연 중간 중간에 사회자는 퀴즈를 내 분위기를 한층 고취시키기도 했습니다. 사회자의 재치에 아이들은 갖가지 자유분방한 대답으로 화답하며 공연은 무르익어갔습니다.




다음으로는 오늘의 야심작 아동음악 극 동이주락 팀의 '동물의 사육제' 공연이 있었습니다. 대강당은 숲 속으로 변했고, 배우들은 몸으로 원숭이, 닭, 새 등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배우들의 몸짓에 "아! 닭이다. 닭!" "원숭이야!" 소리를 지르며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여주었습니다. 뿅망치, 장난감 사냥총 등 배우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을 가지고 나와 무대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나갔습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모음곡을 바탕으로 한 공연은 사자의 생일 잔치에 초대된 각종 동물들과 그들을 노리는 사냥꾼이 소동을 벌이는 내용의 음악극으로 이날 최고의 반응을 얻었습니다.

더불어 각 테마별로 2,3분씩 짧은 곡을 구성해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즐겁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는 듯 했습니다. 또한 배우들을 따라 각 캐릭터의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하며 너도 나도 배우가 돼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마음을 완전히 연 듯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으니까요. 한번의 공연이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그저 오늘의 공연이 아이들의 눈에, 귀에, 그리고 마음에 좋은 자극제가 되었기를, 그리고 그 여운이 마음 깊숙한 곳에 오랫동안 남아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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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동이주락’ 팀 소개와 팀원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아이 같은 모습으로 주님의 기쁨이 되자’ 라는 뜻의 아동 음악극 연극단 ‘동이주락’ 입니다.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 전문사 2학년에 재학중인 ‘정준’ 이고요. 황세라, 임소라, 김태훈, 이상이 네 명의 배우들과 오늘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전공이 음악극 창작과다 보니 뮤지컬을 쓴 경험이 많아요. 지난 201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뮤지컬 공모전인 창작팩토리 대본공모에 ‘날아라 박씨’를 출품해서 당선된 경력도 있어요. 저희 팀은 ‘무엇이든 창작단 – 동이주락’이라고 해서, 창작자가 중심이 된 팀 이예요. 각 공연에 맞는 배우분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Q. 오늘 준비하신 공연 소개 부탁 드려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음악극은 ‘동물의 사육제’ 인데요.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대표곡인 ‘동물의 사육제’ 모음곡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연극 이예요. 큰 줄거리는 사자의 생일잔치에 초대된 각종 동물들과, 그들을 노리는 사냥꾼이 소동을 벌이는 내용의 음악 극으로, 각 테마별로 2~3분의 짧은 곡들로 구성된 모음곡에 각 캐릭터의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몸을 잘 쓰는 배우들이 동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며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죠.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배우들의 몸짓과 함께 어우러져서 아이들이 보다 쉽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만들었어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의 각 테마 별 곡은 2~3분 길이로 비교적 짧은 곡들이기는 하지만, 저희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조금 더 타이트하게 편집해서 구성하고 있죠. 연극의 컨셉이 관객들과의 소통, 그러니까 아이들과의 소통인데 작년에 아트스테이지 1기에 참여를 하면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많이 뿌듯하기도 했어요. 역시 나이가 어릴수록 반응이 즉각적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까르르~”하는 웃음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거든요.




Q. 작년에 처음 아트스테이지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예종에서 예술사를 마치고 거의 10년 만에 전문사로 다시 학교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우연히 교내에 걸린 아트스테이지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그 공고를 보며 굉장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제가 지금은 전문사로 ‘음악극 창작과’를 전공하고 있지만, 학부 때는 예술경영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공연 팀을 조직하고 꾸려가는 것에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또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가 소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나 소외계층에 가서 공연을 하는 것도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요. 비록 이 작은 무대와 짧은 연극이 아이들의 삶을 완전히 뒤바꿀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 예술에서 위안을 찾고, 그 동안 향유하지 못했던 문화적인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만으로도 저희 공연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지원 전에 느꼈던 설렘보다 지원 후에 활동하며 얻는 설렘이 더 크고 뿌듯해요. 그래서 이번 2기에도 지원해서 활동하게 되었죠. 또 공연을 하며 얻는 보람도 감사하지만, 현대카드·캐피탈과 한예종 발전재단에서 이런 만남의 장을 만들어 주신 것에 대해서도 무척 감사해요. 사실 개인이나 팀 단위로 병원, 보육원 같은 시설과 컨택해서 공연일정을 잡는 것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런데 현대카드·캐피탈과 한예종 발전재단이 공연 운영을 원활하게 해 주시니까 저희는 공연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아트스테이지 공연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수원 꿈을 키우는 집’에 갔을 때인 것 같아요. 그 곳 아이들 표정이 다른 곳보다 좀 많이 어두웠고, 저희 연극의 타겟보다 살짝 연령대가 높아서 공연 전에 조금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공연 전과 후가 정말 확연히 차이가 났던 기억에 남는 공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사춘기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약간 ‘센’ 듯한 표현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게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반응은 아니었거든요. 약간 반항적인 말투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공연하는 저희도 즐겁게 공연했던 것 같아요. 또 어린 친구들은 어린 친구들 대로 귀엽게 반응을 했고요. 처음엔 심드렁해 했던 아이들이 공연이 끝나고는 얼굴 가득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을 때, 그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Q. 이전에도 비슷한 재능기부성 공연 경험이 있는지요?

교회에서 봉사차원으로 몇 일씩 캠프를 간 적이 종종 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 공연을 펼칠 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이런 문화생활을 자주 접해 본 친구들이 아니어서 새로운 것에 금방 마음을 열고 정말 즐거워한다는 것 이예요. 이 공연을 보고 어떤 아이들은 음악에 관심이 생겨서 공연에 쓰인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 다른 공연에도 관심을 갖고 그러기도 해요. 사실 문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필요하지만 정신적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 상태가 비옥해야 공연을 정말 잘 즐길 수 있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이런 공연을 한 번 접한다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진 않겠지만, 앞으로 자라나는 삶에 윤활유가 되어주고 문화인으로서의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Q. 개인적인 목표와 앞으로 아트스테이지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제 목표는 현실과 동 떨어지지 않은, 내가 사는 세계를 담고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이예요. 저는 음악의 힘을 믿어요. 음악은 특정 순간을 살려내는 힘이 있죠. 사람들이 힘든 순간에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좋은 공연과 음악을 만들고 창작자와 관객이 소통한 그 순간을 간직하고 후에 치유와 안정감을 주는 ‘알약’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감정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심어주고 싶고요. 올해 남은 일정 동안 아트스테이지에 기대하는 바는 저희가 우선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1기 때 활동을 하고 1년 만에 공연을 다시 하려고 보니까 소품이나 의상들이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해서 싹 보수를 했어요. 또 올해는 배우들이 바뀌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팀 자체의 퀄리티를 더 높이는 작업을 하고, 보다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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